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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이야기

[아들 아빠 diary] 아들인생 첫 계획표 _아빠 책이 너무 싫어요

by 꿀팁 MOARA 2023.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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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이 밝았습니다. 다시 장장 12개월을 아들과 함께 우당탕탕 댈 텐데, 시행착오를 조금 더 줄여보고자 가족계획도 세우고 아들 방학 일과표도 같이 작성해 보았습니다. 계획이 뭔지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도 모르는 아들들을 놓고 거의 싸워가며 썼다 지웠다를 반복한 결과, 결론은 할 수 있는 것만 하자는 결론에 도달했는데요, 아이들 새해 계획 세울 때 조심하시라고 경험담 공유해 봅니다.  

 

아들아 책은 좀 읽어야 하지 않겠니?

초등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우리 막내, 여느 아이들처럼 장난감과 TV는 좋아하지만 책은 영 어색해 합니다. 이제 제대로 공부할 시기도 다가오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제 아빠랑 같이 책 읽자고 했더니, 

 

 

왠일로 흔쾌히 답을 합니다. 그래서 독서, 수학, 국어, 영어 등등 평소에 꺼내지 못했던(?) 과목들을 마구 계획표에 기록합니다.

 

아빠 : 이거 매일 해야 아빠랑 주말에 놀러 가는 거야. 다 안 하면 없어. 약속이야 알았지?

아들 : 네

 

바로 실행에 옮깁니다. 책읽기!! 무릎에 앉혀놓고 아들 한 바닥, 아빠 한 바닥 같은 내용을 두 번씩 읽어 내려갑니다. 처음에는 고분고분하길래 웬일인가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10분 만에 이런 사태가 벌어집니다. 어린놈이 어찌 이리 절절하게 자기 심정을 표현하는지 저도 깜짝 놀랐네요. 말을 이렇게 잘했나..^^;;

 

책읽다 우는 아들

 

아들이 어려서부터 공부에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지금까지 기본적인 한글 쓰기 외에는 거의 강요한 적이 없었고, 계획표 한번 스스로 작성해 본 적이 없었던 터라, 정해놓은 약속의 범위 안에서 무얼 한다는 것이 아이에게는 꽤 스트레스로 다가온 모양입니다. 

 

어떻게 할까 고민끝에

제대로 된 공부를 시작하기도 전에 아이가 질릴까 겁이 나기도 했고, 와이프도 그만 하라며 눈치를 주기에 일단 책 읽기는 멈추고, 같이 앉아서 좀 더 계획을 평범하고 꼭 지킬 수 있는, 공부스러운 것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다시 수정했습니다. 바뀐 콘셉트는 이렇습니다. 

1. 건강을 위해 좋은 습관 들이는데 필요한 것 - 제때 자고, 일어나고, 씻고, 먹고, 싸는 것 정하기
2. 기초 체력 증진을 위해 운동시간 정하기
3. 공부는 필수적인 것 아~~ 주 쪼끔만 하기, 이때 아빠가 꼭 같이하기
4. 마지막으로, 약속 지킨 것에 대한 확실한 보상 제공하기

 

일단 아들을 설득해서 늘 하던 것부터 적어 내려가니 뭣도 모르고 잘 쓰긴 합니다. 공부는 아주 쬐~금만 한다고 하니 잠깐 고민하다가 그것도 잘 써 내려갑니다. 아들이 제일 좋아하는 주말에 지하철 같이 타러 가기를 보상으로 내건 게 주효한 듯합니다. 이렇게 아들의 첫 계획표, 겨울방학 계획표가 자기 손으로 완성되었습니다. 짜잔!!!! 

아들 새해계획
아들 새해 첫 계획표

자기도 일단 써놓고 났더니 마음에 드는지 언제 그랬냐는 듯 웃음이 살아나네요.(요놈아 이것도 쉽지는 않을 것이여) 

 

계획 지키기 추적방법

한 장 써놓고 말면 습관 들이기에 오히려 해가 될 것 같아 하루에 위 계획들을 실했했는지 기록하는 바인더를 별도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독서기록장을 만들어서 그날 읽은 책 제목을 기록하게 하고, 운동한 날도 기록하고, 글쓰기 기록지도 만들어서 나중에 자기가 이 정도나 했는지 돌아보고 깨달으면 좋은 자극이 되리라 생각합니다.(물론 다 아빠가 옆에 있어야 한다는 압박이 아쉽긴 하지만요) 한 달 정도마다 아이와 계획 지킨 내용을 같이 놓고 얘기도 하고, 계획 수정도 하면서 좋은 습관이 잘 배어들기를 바라봅니다. 

 

아들에게 남기는 말

아들아 나중에 커서 건강하기만 하면 된다는 말은 쉽게 꺼내기가 힘들구나. 아빠가 세상을 너보다 좀 일찍 살아보니 하고 있는 모든 일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좋지만은 않더라고.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할 때가 있더라고. 너도 분명 그럴 때가 올 테니 지금부터 조금씩 힘든 것도 참아보는 경험을 해 나갔으면 한다. 나중에 엄마 아빠 없어도 잘 먹고 잘살아야 할 텐데 요즘세상엔 빨리 준비하는 게 장땡이라는 생각이거든. 

아빠가 읽고 있는 책중에 세이노의 가르침이라는 책에서 부자가 되는 것과 공부는 크게 상관이 없다고 얘기하긴 하더라. 세계 부자들 중에 많은 사람들이 좋은 학교를 나오지 않았고 공부도 잘하지 않았는데 명문대를 나온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재력을 쌓은 사람도 있다는 거야. 

그래도 나는 네가 특출난 천재가 아닌것을 이미 알기에, 니가 원하는 것을 찾을 때까지는 기본적인 공부는 잘했으면 좋겠어. 특출한 능력과 노력이 따로 없는 한 학교공부를 너무 안 하면 아예 기회가 박탈되어 실업자가 될 가능성이 확률적으로 더 높다는 그 책의 말을 아빠도 맞다고 생각하거든. 

그러니 아들, 지금 아빠랑 세운 계획표에 따라 차근차근 엉덩이 간지러워도 한번 잘 해보길 바란다. 아빠랑 같이 앉아서 논다고 생각하고 투정 부리지 말고 잘해보자.


이것만 기억해라.

아빠 일당 비싼데 너한테는 공짜로 해주는 거야 그것도 평생.  

 

아들 아빠들께

매일 함께할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옆에 끼고 하나씩 습관 붙이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틈틈이 경과도 기록해서 추억 남기기도 병행하고요. 나중에 지가 잘나서 다 컸다고 우기면 요 시리즈 딱 보여주면 무지 재미있을 것 같네요. 아들 두신 당신, 그래도 아빠가 해야지 어쩌겠어요. 

 

우리도 어렸을 때 더했으면 더했지 않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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