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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이야기

[아빠의 육아일기] 첫째 아들이 떠나간다 갑자기

by 꿀팁 MOARA 2022.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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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응석받이에 하나부터 열까지 가르쳐줘도 신기하게 다섯 개만 기억하던 우리 아들. 공부도 적당히, 운동도 적당히, 친구랑 노는 것도 적당히, 뭐든 적당히 티 나지 않게, 잘하지도 않고 못하지도 않는 적당한 경계에서 활발하지도 조용하지도 않은 적당한 아이였던 너의 하루하루를 보면 마음속에는 '그래도 이 정도라도 하는 게 어디야'라는 마음보다는 '깨지더라도 부딪히고 넘어지며 그 안에서 발전했으면 좋겠는데..'라는 마음이 더 드는 게 솔직한 마음이었지.

 

그랬던 니가 벌써 내 품을 떠난다고?

그랬던 니가, 벌써..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순간이 왔구나. 벌써.. 그리고 아빠가 알아차리지 못한 새 벌써 키가 아빠 턱 밑까지 자랐구나. 운동에 소질이 없다고 생각했던 네가 친구 네다섯 명을 훌쩍 뛰어넘는 과감함(?)까지 갖추게 되었구나. 너도.. 그렇게 커오고 있었구나..

합기도 고양이 낙법 시범
아들의 낙법시범

 

앞으로 너에게는

이제 청소년이 되어, 곧 목소리도 굵어지고, 수염도 거웃거웃 나고, 어깨도 넓어지고, 아무리 예상해도 예상한 것보다 많은 공부와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은 주변의 보이지 않는 스트레스까지 너의 생활을 야금야금 파고들어 올 텐데.. 아마 살면서 거의 처음 맞닥뜨리는 긴장이자 힘듬일 텐데, 너는 어찌 이겨낼까 걱정이 되는구나.

 

너가 힘들어할 때는

너를 믿는다 말해주는 게 나을까, 아니면 앞으로 얼마나 힘든 생활이 너를 기다리고 있는지 미리 알려주는 게 좋을까 많이 고민이 되지만, 아빠는 해결사도 아니고 김창옥 박사님처럼 삶의 모든 답을 가지고 있지도 않기에.. 그저 네가 힘든 상황에서 아빠에게 물어오는 말을 잘 들어주고 수고 많다는 얘기 먼저 해주마. 절대 너를 탓하거나 비난하거나 평가하거나 하지는 않을(토록) 노력 하마.

 

왜냐하면

평소부터 무뚝뚝한 아빠에게 개인적인 고민을 거의 얘기하지 않던 너였기에, 다 괜찮고 잘 지낸다고만.. 내가 물어볼 때만 어색하게 웃으며 답하던 너였기에, 네가 아빠에게 먼저 고민을 얘기하는 상황이 온다면 아마 정말로 힘든 마음일 테지.. 그럴 때일 테니, 우선 수고 많다고 말해주마. 우선 고생한다고 말해주마. 학생이 공부하는 게 뭐 그리 힘드냐고 말하지 않으마. 아빠도 아빠의 아빠에게 그런 말 들은 기억이 없어 어떻게 하는지 잘 몰라. 그래도 아빠의 아빠보다는 좀 더 들어주고, 좀 더 표현하는 아빠가 되도록 노력 하마.

 

다음 주에 졸업식 한다는 말을 들으니

늘 품에 안고 있어야 할 것 같던 네가 아빠품을 떠나는 시간이 왔음을 확 느낀다.

 
아빠, 그냥 제가 알아서 할게요.

 

 

왠지 앞으론 이런 얘기를 듣게 될 것 같아 벌써 서운하고 걱정도 된다. 그래도 너는 아빠의 첫아들이자 4살 터울 동생도 살뜰히 챙기는 마음이 참 바른 아이니, 걱정되지만 걱정하지 않으마.

 

누가 뭐라 해도

네가 제일 힘들 거다. 새롭고 낯선 환경, 이전에 없던 경쟁, 처음으로 너의 위치를 친구와 비교받게 되는 상황, 모두 쉽지 않을 거다. 화도 나고 좌절감이 들기도 할 거다.그럴 때, 아빠가 조용히 들어주고, 응원 먼저 해주마. 니 인생에 그 힘든 시간은 길어야 10년 안쪽이지만, 우리가 함께 할 시간은 그 다섯 배는 되지 않겠니? 바르고 고운 마음을 가진 네가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고 그 속에서 점점 스스로 곧게 서는 계단을 하나씩 하나씩 잘 밟아 나갈 거라 믿을게. 휘청이더라도 앞으로 나가는 모습을 뒤에서 응원 하마.

 

좌절하되

좌절하되 포기하지 말며, 끙끙대되 끝나고 나선 훌훌 털어낼 줄 알며, 화려하지 않되 진득하고 눅진한 끈기가 향처럼 배어 나오는 우리 아들이 되길 바란다. 아빠가 니 나이 때 이루지 못한 훨씬 많은 것을 너는 이미 이루었으니 이미 아빠보다 백만 배 잘난 거다. 앞으로도 잘 될 거다. 너는 그럴 거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모든 일이 시작부터 끝까지 행복하고 좋지만은 않을 거라는 것도 기억해주렴. 그럴 때는, 처음보다 끝날 때의 느낌을 믿어주길 바란다. 김창옥 교수님이 하신 가장 마음에 와닿는 말..그 일을 시작할때 힘들고 끝날때 보람되다면..끝날때 느낌을 믿어라..누군가를 만날때 좋고 헤어질때 괜히 만났다 싶으면..끝날때 느낌을 믿어라..삶의 많은 기로에서 선택에 헤매일때, 끝날때 느낌을 믿어라. 힘듬을 딛고 일어나 진정한 끝의 행복을 누릴 줄 아는 우리 아들이 되길 응원한다.

 

아빠보다 이미 훨씬 멋져져 버린

아들을 둔 아빠라 너무 행복하다. 우리 이 행복이 잠깐의 오해나 힘듬으로 깨지지 않도록 서로 노력하자. 아빠가 더 노력 하마. 두 발 자전거 뒤를 잡던 손 살짝 놓아볼 테니.. 뒤돌아보지 말고, 너를 믿고..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렴.. 너는.. 이미 그럴 수 있는 우리 아들이다..

 

힘. 내. 라. 아. 들. 응. 원. 한. 다. 끝. 가. 지.

 

아들의 합기도 공연
첫째 아들 늠름한 합기도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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