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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이야기

[아들아빠 diary] 열심히 사는게 뭔지 보여줄께_영하12도 삶의 현장

by 꿀팁 MOARA 2023.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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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연일 매서운 날씨에 눈썹이 쩍쩍 달라붙는구나. 오늘은 바람이 또 왜 이리 찬 지. 방 안에 앉아있으면 꼼짝달싹 하기도 싫지만, 말로만 열심히 하라는 아빠말에 이의를 제기할 경우를 대비해 오늘은 열심히 사는게 뭔지 직접 보여줘야 할 것 같아 아빠가 증거를 채취하고 왔다. 찬바람보다 더 뜨거운 열정으로 사는 누나 형들 보면서 건전한 자극받기를 바란다.

 

체감온도 영하 12도, 밖에선 도대체 무슨일이 벌어지고 있냐고?

불금 저녁 7시, 맛있는 저녁밥 먹고 재미있는 TV 보면서 한주의 피로(?)를 풀고 있는 너를 뒤로한 채 아빠는 테니스코트에 다녀왔다. 아빠 올해 목표가 개인전 입상 해보는 거거든. 아직 한참 많이 배워야 하지만 꾸준히 집중해서 도전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너무 재미있고 exciting 하고 건강에도 좋고 지친 하루의 끝에 신선한 피를 돌게 하는 느낌이라 아빠는 이 운동이 너무 매력적이거든. 너도 언젠가 꼭 테니스 제대로 배워서 아빠 늙어서도 같이 운동하고 다니면 좋겠다.(너한테 가지는 욕심이 있다면 이게 1번이다.)

 

저녁 7시에 코트로 나가니 바람이 엄청 많이 불더라. 체감온도 영하 12도, 웬만하면 공도 안 튀고 무거워서 엄청 치기 힘든 날이지. 평소에 나오던 누나 형 들고 너무 추우니 거의 안 나왔더라. 그래도 아빠는 일주일에 3번 운동하겠다는 목표를 지키기 위해 꿋꿋이 운동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 저 멀리서 우리 클럽 여동생이 한명 나타나더라. 우리 클럽에서 제일 잘하는 여동생인데 덜덜 떨면서도 투덜투덜 대면서도 장비 챙겨서 묵묵히 레슨을 시작하더라고. 아빠는 휴게실 난로옆에서 레슨 받는 거 구경하고 있었는데, 그저 감탄사밖에 안 나오더라. 이 추운 날씨에 어찌나 열심히 하는지, 너도 나중에 군대 가면 경험하게 되겠지만, 따뜻한 휴게실에서 보는 바깥 영하 12도의 장면은 그저 공포거든. 그런데 그 어느때 보다, 아니 여느 때처럼 날씨에 상관없이 정말 집중해서 하나하나 공을 치는 모습에 경외감까지 들더라. 잠깐 간접체험 해봐라. 참고로 화면이 흐린 것은 실내와 바깥 온도차 때문에 바깥에서 얼어붙은 거란다. 놀라지 마라. 

 

영하12도에서 운동하면 이렇다.

어떠니? 너보다 스무살은 많은 누나가 운동하는 모습. 이 날씨에 밖에 나가서 운동하자고 하면 흔쾌히 나가서 땀 흘릴 용기 있을까? 쉽지는 않겠지? 그럼 저 누나는 어떻게 저럴 수 있는 걸까? "저 동생은 테니스 대회도 나가고 전국대회 우승도 한 엄청난 실력자인데 이런 날씨에까지 굳이 운동을 해야할까?"라고 아빠도 생각했는데, 바꿔 생각해 보니 그렇게 했으니 우승했겠다 싶더구나. 그런데 재미있는게 뭔지 아니? 이렇게 연습하는 분들이 한둘이 아니더라. 밤 9시까지 계속해서 이렇게 레슨 받는 분들이 오셔. 날씨에 상관없이 정말 열심히 하시는 분들이지. 더 놀라운건 운동하시는 분들 중에 여자분이 더 많았다는 거다. 남녀 비교가 아니라 그냥 아빠 관념에 추운 날씨에 여자분들이 더 약하리라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더라. 다들 일하러 갔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나오신 분들일 텐데 정말 대단하시다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 

 

"누구는 이 추위에 따뜻한 방에 누워 TV로 테니스 호주오픈을 보고, 누구는 이 추위에 흘린 땀으로 샤워를 하고, 참 아이러니 하지 않니?"

추위보다 목표가 더 쎄다.

이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물론 언제나 열심히 가르쳐주시는 코치님과 감독님이 있어서 가능한 부분이 있지. 하지만 이런 날씨에도 변함없이 목표를 지키는 게 결코 쉬운 게 아니라는 건 너도 겪어봐서 알 거다. 그럼 어떻게 이분들은 그 목표를 지키는 걸까? 아빠가 그분들 마음을 다 헤아릴 수는 없지만, 목표를 대하는 자세 아닐까? 그렇게 지금까지 목표를 이루며 살아온 좋은 습관이 좋은 자세로 굳어져서 이럴 수 있는 거 아닐까? 그래서 혹시, 힘들지만 그 끝에는 반드시 보람과 성공과 만족이 있을 거라는 걸 미리 경험해 본 사람들이 아닐까? 그래서 힘들어도 버틸 수 있는 게 아닐까 한다. 그 사람의 성격, 학력, 경제력 이런 거 다 치우고 존중해 줄 만한 게 이런 모습 아닐까 한다. 

 

아빠도 저 모습들 보니 용기가 불끈불끈 솟아서 열심히 레슨을 받았단다. 평소보다 공은 더 안 맞고 숨도 잘 안 쉬어지고 무릎도 아팠지만, 끝나고 공을 주우며 '오늘도 계획을 잘 지켰다'는 생각에 마음만은 어느 때 보다 뿌듯하더라. 너도 얼른 이런 느낌을 지금 네가 처한 공부와 운동이라는 것에서 마음껏 느끼는 날이 왔으면 좋겠구나. 

 

우리도 할 수 있잖아 그지?

그래도 요즘 합기도 시범단 활도 열심히 하고, 알아서 샤워하고, 제때 잠자리에 딱딱 누워주고 알아서 척척 하루 마무리 잘해줘서 너무 고맙고 대견하다. 중학생 될 준비는 이미 끝난 것 같구나. 그래도 지금 잘 지키고 있는 생활리듬이 언제든 깨질 것 같으면, 아빠한테 얘기하렴. 생생한 목표이룸의 현장을 아빠가 언제든 보여줄 테니. "정말 이렇게까지 한다고?"라는 생각이 들도록 해주는 누나 형들 엄청 많거든.  비단 그분들 아니더라도, 아빠가 너한테 연초에 얘기한 테니스 꾸준히 배우고 운동하겠다는 걸 몸소 지키고 있을 테니, 아빠 체험만 얘기해 줘도 될 것 같기도 하다. 

 

부디 우리 아들도 아빠 끙끙대면서 목표 지키려고 애쓰는 모습 잘 지켜보고, 아빠보다 훨씬 능력 있고 멋진 네가 아빠보다 좋은 습관도 더 잘 유지할 수 있기를, 혹시 그 안에 '힘듦'이라는 게 있어도 무참히 이겨내 버리기를 바라마. 아빠가 영하 12도에 밖에서 응원한다. 

 

p.s 아빠가 운동을 예로 들었는데, 혹시나 오해는 안했으면 한다. 그저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이뤄나가는데 언제든 '장애요소'는 발생할 수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이겨내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느냐에 대해 생각이 들어서 하는 얘기다. 너한테는 졸리는데 목표로 한 하루 공부를 끝마칠 용기가 있는가가 비슷한 비교가 될 수도 있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렇게 운동하고 '아무 일 없다는 듯' 돌아가는 게 진정 멋진 자의 완결판이더라. 춥다고 종종거리면 좀 분위기 깨거든. 고수는 호수아래 발만 자맥질 하는 오리처럼 겉으로는 태연하게, 이게 진짜 멋인 것 같더라.

 

"우리 아들 할 수 있잖아 그지?"

 

테니스공
테니스공만큼 많은 노력의 날들이 쌓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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