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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이야기

[아빠아들 diary] 아빠는 졸업을, 너는 입학을

by 꿀팁 MOARA 2023.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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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아빠가 요즘 이래저래 바빠서 정말 오랜만에 다시 글을 남긴다. 아빠는 10년 만에 졸업을 하고, 너는 내일부터 중학교에 입학하는 이 시점에 문득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노트북을 열었다. 세상 사는 게 오르막 내리막의 연속이라 네가 혹 이 글을 볼 때쯤에는 몇 번의 언덕을 넘은 후인지는 모르겠지만, 너 나이 13세를 떠올릴 수 있는 뜻밖의 추억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빠가 이 글들을 쓰는 주된 이유가 너의 이 빠진 추억의 퍼즐을 채워줄 증적자료를 남기는 것이니, 가급적 사실을 바탕으로 남기는 글이란 걸 유념하고 봤으면 좋겠다. 

입학 축하해

아빠먼저 내려간다. 올라갈때 조심해

아빠는 10년간 고생하다 겨우 이번에 졸업을 했어. 아빠가 공부머리가 정말 나빠서 끙끙대다 못해 정말 머리카락이 다 빠질 정도로 머리와 마음고생을 많이 했는데, 그래도 아빠가 '깡'은 남다르다고 자부해 왔던 터라, 이번에도 다행히 그 '깡'의 정신을 이어 겨우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같아.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생각보다 휴학도 오래 하고 계속 미루어 오다가 10년 만에 겨우 졸업을 하는 상황에 엄마랑 너희들, 할머니랑 고모, 고모부까지 다 불러야 하나 고민도 많이 했었어. 그런데 문득, 그래서 더 다 모였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라. 네가 아빠의 이 끙끙대는 모습을 보면서 공부하고 일하고 살아내고 하는 게 녹록지 않다는 걸 직접 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라. '아빠는 얼마나 게으르길래 10년이나 공부를 한 거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빠는 진심반 변명반으로 얘기하자면 '넘어지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넘어졌을때 어떻게 잘 일어서느냐가 더 중요하다'라고 생각해. 아빠가 휴학 없이 한 번에 깔끔하게 졸업했다면, 새벽까지 끙끙대며 논문 쓰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네가 몰랐다면, 너에게 어떤 수준으로든 높은 확률로 닥치게 될 고난의 언덕에서 헤쳐나갈 길을 하나 닫아버리는 꼴이 될 테니까 말이다.  다행히 아빠는 느리지만 포기하지 않고 가는 모습을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네가 포기하지 않는 한 아무것도 변한 건 없다고 말해주고 싶어.

 

'될때까지 하면 돼. 그 목표가 너에게 중요하다면 말이야'

 

압! 혹시 이런생각 하고있니?

 

'나에게 중요하지 않은데 내가 하고 싶은 거 하려면 억지로라도 해야 하는 일이 대부분인데 어떡하라고요?!'

 

네가 말하는 그 억지로인 일이 니 목표에 도움이 된다면, 그건 참아내야 하는 일이라고, 감히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 아빠가 살아보니까, 목표에 이르는 길은 다 '오르막길' 이야. 그 목표가 가치 있고 니 삶을 보람 있게 하는 그만큼 그 오르막길은 가파를 것 같아. 네가 이루고픈 목표가 절실한 만큼, 딱 그만큼 너를 시험하는 오르막길이 버티고 있을 거라는 걸, 그 오르막까지 포함해서 니 목표에 담아놓고 하나로 생각하고 이겨내 버리라고 말해주고 싶다. 

아빠 같은 어른들이 하는 말 꼰대스럽다고 생각할지라도, 이거 하나만 얘기해주고 싶어. '사는 거 쉽지 않다. 하지만 그 쉽지 않은 거에 적응하면, 그러기만 하면 분명히 쉬운 것 만이 사는 것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거다. 어려움을 이겨내는 그 과정이 누적된 만큼, 그만큼이 너의 삶의 가치로 느껴질 날이 올 거다. 그것에 만족하며 사는 삶이라면 아빠는 과감히 그렇게 살아도 좋을 것 같다고 말해주고 싶어.'

 

이제 중학교에 입문하는 니 앞에 다가올 변화는 아마 시작부터 오르막길이라는 생각이 들 것 같다. 그래서 아빠는 더욱 말을 아끼고 더 조심하려고 해. 네가 정말 힘들어 보일때 같이 햄버거 세트 먹으면서 힘내라는 말 한마디정도밖에 못해줄 것 같기도 하다. 니가 받을 스트레스가 아빠가 너 나이 때의 열 배 이상일 것 같아서. 그래서 아빠가 굳이 한마디 더해서 그 스트레스에 숟가락 얹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그래도 혹시, 아빠 조언이나 이야기가 듣고 싶으면, 정신 차리게 냉정하게 얘기해 달라고 해줬으면 좋겠다. 힘들 때 '괜찮아 쉬엄쉬엄 해'라는 말은 언제나 해줄 수 있지만, 일어서는데 혹 변명거리를 주게 될까 걱정돼서 그래. '아빠, 힘든데 다시 힘낼 수 있게 아빠는 어땠는지 얘기해 주세요' 뭐 이런 얘기면 좋을 것 같아. 그거 다 끙끙대는 얘기거든. 어찌 됐든 계속해야 하는구나라고 느낄 수 있을 것 같거든.  

 

다만, 다만 말이다. 천천히 꾸준히 가주렴. 잠시 쉬었다 가도 되는데, 주저앉지만 말았으면 좋겠다. 엉덩이 붙이고 앉아있는 사람 들어 올리는 거 그거 무지 힘들거든. 

 

아. 빠. 운. 동. 만호. 이. 해. 노후. 을. 게. 누보. 지. 만. 마. 라. 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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